Tuesday, April 10, 2012

깨진 독에 물을 채우라

                                                               깨진 독에 물을 채우라


성경구절: “술 취하지 말라. 이는 방탕한 것이니 오직 성령의 충만을 받으라.” (엡 5:18)


오래 전에 ‘달마야 놀자’라는 영화의 비디오를 빌려 본 적이 있다. 이 영화가 만들어지자 불교계에서 지지하고 관람을 권장하기도 했다고 한다. 2000년 언제인가 한국에서 조폭(=조직폭력배)에 관한 영화가 정말 예상외로 흥행에 성공을 거뒀는데 (친구, 조폭 마누라 등등), 이 ‘달마야 놀자’라는 영화도 조폭을 주제로 하였다는 점에서는 마찬가지인데, 특이한 것은 야간업소나 유명무실한 건설회사나 유령회사가 아닌 산사(山寺)가 그 조폭영화의 촬영현장이라는 것이다.

조폭 간의 싸움에 패한 다섯 명의 폭력배들이 경찰들의 눈을 피해 산사로 들이닥치면서 그곳에서 스님들과의 갈등이 시작된다. 머물기를 강청하는 폭력배들의 거친 행동 때문이 아니라 부처님의 자비로써 주지스님은 그들에게 일주일 머물 것을 허락하는데, 일주일이 지난 다음에도 폭력배들은 떠날 생각을 안하고(떠날 수 없는 이유가 발생하지만) 더 머물게 해달라고 막무가내로 졸라댄다. 해서, 그들을 못마땅히 여기는 스님들과 조폭 간에 내기를 벌이게 되고 내기에 지는 쪽이 상대방의 요구를 들어주기로 약속한다. 부처님께 3천 배 올리기, 고스톱, 물 속에서 오래 견디기, 3-6-9 게임을 한 결과 승부는 2대 2로 조폭과 스님들이 팽팽하게 맞선다. 서로 떠나라 못 떠나겠다 티격태격할 때, 주지스님이 승부를 가름하는 문제를 낸다. 즉, 깨진 독 두 개를 사찰 마당에 준비하고, “깨진 독에 물을 채우라”고 지시한다. 신발 짝으로 깨진 부분을 막으려고 해보기도 하고, 사람의 배 위에 독을 뒤집어놓고 물을 채우려고 시도도 했지만 이 방법 저 방법이 다 여의치 않고 제한된 시간은 다 되어간다. 이때 갑자기 폭력배들의 우두머리(박신양 분)가 독을 들고 따라오라고 지시하고 그들을 데리고 간 곳은 물이 제법 고여있는 개울가이고, 그는 부하들에게 그곳에 독을 던지라고 소리친다. 그런 후에, 물로 뛰어들어서 독을 물 속으로 누르니 깨진 독에 물이 채워지고 또 넘쳐난다. 주지스님(김인문 분)은 이를 보며 “물이 철철 넘치는구나”라고 환한 미소를 짓는다. 바로 이것이 그의 선문(禪問)과도 같은 질문에 대한 모범 답이었던 것이다.

깡패들은 주지스님이 그들에게 호의를 베풀어줌에 대한 보답의 뜻으로 법당 안을 청소하는데, 그러다가 부처상의 귀를 떨어뜨리고 만다. 말썽만 부리는 그들에게 화가 난 스님들은 이 일을 주지스님에게 고하면서 그들을 내보내지 않은 결과가 이것이라고 주지스님을 몰아세운다. 그러나, 주지스님은 법당의 부처의 상은 그저 상(icon)일뿐 그것이 ‘참 부처님’은 아니라고 설파한다. 부처님은 각 사람의 마음 속에 있다고 말한다.

얼마 후에 그 우두머리가 주지스님에게 ‘왜 우리에게 이렇게 잘 대해 주느냐?’ ‘스님이 원하시는 것이 무엇이냐?’ ‘착한 일을 하라든지 남을 괴롭히지 말라든지 바라시는 것이 있지 않느냐?’라고 묻는다. 이때 주지스님은 “그럼 너는 밑 빠진 독에 물을 퍼부을 때 어떤 생각으로 그것을 채웠어?”라고 질문하고, 우두머리는 “전 그냥 항아리를 물 속에 던졌습니다”라고 대답한다. 이에, 주지스님은 “나도 밑 빠진 너희를 그냥 내 마음 속에 던졌을 뿐이야”라고 대답한다. 여기에 달마대사를 그 태두(泰斗)로 하는 선불교의 핵심 사상이 들어 있다. (이 선불교의 사상은 부처와 그리스도가 대체된 2세기 영지주의 기독교의 사상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 주지스님의 대답은 사실은 하나님께서 부족한 모든 인생들에게 주시는 대답이기도 하다.

우리 ‘밑 빠진 독’과 같이 부족한 인생은 우리의 능력과 수고로는 물과 같은 성령을 우리 안에 가득 채울 수가 없다. 채운 것 같으면 어느새 우리의 내면 적인 죄의 속성으로 인하여 좌절하고 갈급해 하는 우리의 모습을 발견할 따름이다. 우리는 우리를 ‘그냥’ 하나님의 은혜의 강으로 던져야 할 것이다. 하나님의 은혜의 강으로 풍덩 뛰어들 때 우리는 비로소 ‘밑 빠진 독과 같은 우리가 어떻게 성령의 충만을 받게 되는지’ 알 수 있다. 그렇지 않고서는 우리의 어떠한 노력과 금욕적인 삶도 우리의 죄와 허물의 문제를 해결하여 주지 못하며, 우리는 여전히 곤고하며 매마른 심령의 삶을 살아가는 우리를 발견할 뿐이다. ‘밑 빠진 독’과 같은 우리에게 성령의 물을 가득 채우는 (하나님의 도우심을 간구하는) 지혜가 있기를 바래본다.
다윗은 시편 23편 5절에서 “주께서 내 원수의 목전에서 내게 상을 베푸시고 기름으로 내 머리에 바르셨으니 내 잔이 넘치나이다.”라고 넘쳐흐르는 주님의 은혜에 대한 고백을 했는데, 이것이 주님의 넘치는 은혜 속에 사는 우리의 신앙고백이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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